티스토리 뷰

<일상>

홀로 서기_숙소편

라왕 2015. 7. 22. 01:36
반응형

집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학생 때는 전세값이 어쩌구, 월세 비율이 어쩌구 하는 말들이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 않아 곧 내가 살 집을 구해야 하는 형편에 놓인 지금은, '전세란'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꽂힌다.

 

처음 원룸을 구할 때는 문득 설레었다.

'나도 홀로 서기를 하는구나.'

왠지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했다.

모두 월세가 아주 비싸다고 했지만, 하루 4시간 동안 지하철 통근을 견딜 자신이 없었으며 왠지 깔끔한 집에서 잘 살아보고 싶었다. 교환학생 제외, 학기 중에는 거의 매일 3~4시간 지하철 등하교를 했던 나를 위로하는 선물이기도 했다.

 

여기서 이렇게 혼자 산 지, 1년 4개월 차.

처음엔 아주 많이 외로웠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풀옵션이긴 했지만, 덜렁 옷장 하나 있던 집에 살림을 하나 하나 늘려가는 재미도 보았다.

혼자 살기에는 더 없이 좋긴 하지만 이제 슬슬 걱정도 된다.

월급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월세는 더 이상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씀씀이가 헤프지 않은데도 저축량이 적은 것은 월세 탓이다.

나름 정들었던 내 공간이 미워지고 신세도 한탄스러워지려고 해서, 작게 나 혼자 스스로 잘했다고 집 자랑 좀 해보려고 한다.

 

완전 처음으로 혼자 사는 것은 아니다. 교환학생할 때, 기숙사 1년 생활을 했으므로.

완전 혼자 힘으로 얻은 집도 아니다. 용돈 벌어 쓰기 급급했던 학생이 보증금을 모을 수 없었으니까.

엄마한테 1년동안 빌리기로 했고, 내가 1년 동안 벌어 갚을 수 있는 금액의 보증금을 가진 방으로 골랐다.

그 후 신입 약 10개월간 모은 돈은 고스란히 내 보증금이 되었고, 엄마한테는 10%를 더 얹어 돌려드렸다.

 

어쨌든 지금 난 홀로 섰고, 이 원룸은 오로지 내가 번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만은 맞다.

교환학생 기숙사 생활도 내가 벌었거나 노력해서 얻은 돈으로 운영되었으므로, 

그 때에 비해 지금 내 생활이 얼마나 윤택해졌는지 비교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 기숙사 vs. 원룸 

우측이 현재 살고 있는 원룸, 그리고 좌측이 다른 포스팅에도 올렸던 기숙사다.

월세가 2배 정도 비싼만큼, 일단 방 크기도 2배 정도 늘어났다.

옷장도 생겼고, 에어컨도 생겼다.

그리고 무엇이든 '공동'으로 주로 했던 과거와 달리 내 전용인 것들이 많이 생겼다.

싱크대 & 전기레인지가 갖춰진 작은 부엌, 전자레인지 그리고 세탁기.

 

 

하나 하나 살림살이들을 비교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아래 사진은 기숙사 있었을 때 썼던 1~2인용 전기 밥솥, 오른쪽은 지금 쓰는 3~4인용 전기 밥솥.

지금도 여전히 미니미이긴하지만 왠지 성장한 기분이다.

 

 

아래는 침대 비교.

예전에는 싱글보다 살짝 작은 스펀지 침대였다면, 지금은 슈퍼 싱글의 매트리스 침대. 

 

 

 

또 하나 흥미로운 비교는 냉장고.

기숙사 냉장고는 크기도 정말 작고 바람 세기도 시원찮아서 금방 금방 상하고는 했다.

물론 지금 냉장고도 에너지 소비 효율 5등급의 허접이긴 하지만 훨씬 용량도 크고 냉동칸도 따로 있어서 좋다.

 

 

 

그리고 화장실.

기숙사 화장실은 사실 좀 좁았다. 올 화이트의 깔끔한 느낌에 샤워 커튼이 있긴 했지만 정말 좁았다.

지금은 훨씬 넓고 수납 공간도 많다. 여기도 샤워 커튼을 설치해보려다가 오래 오래 살 것 같지 않아 관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극명한 차이, 전기 스토브.

예전엔 저 작은 것으로 참 유용하게 잘도 썼다.

감자, 깍지콩 삶고 나면 그 물에 파스타 삶고 다 삶아지면 팬 올려서 야채 볶다가 소스랑 파스타 투하.

혹은 라면도 많이 삶아먹고 볶음밥도 해먹었다.

이제는 작지만 허리 숙일 필요 없이, 전기 스토브도 그 옆의 싱크대도 생겼다.

 

 

 

그리고 세탁기.

왼쪽은 공용세탁장 쓸 때, 오른쪽은 방 안에 자그맣게 들어있는 드럼 세탁기.

기숙사 때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엄청 많은 양을 할 수 있었고 건조기까지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때는 한 번 할 때 멀리 나가서 4천원 가량을 내야했다는 단점이 있고, 지금은 방 안에서 편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숙소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기숙사때는 4층이었고 창문 밖 뷰가 정말 끝내줬었다. 손 내밀면 닿을 듯, 침대에 누우면 훤히 하늘이 보였고 채광도 아주 좋았다. 그런데 여기는 문 열면 바로 대로변이라 시끄럽고 풍경이 좋지 않다. 그리고 정면에는 아주 높은 아파트가 있어서 이 건물의 일조권을 앗아가버렸다. 햇빛은 아주 잠깐 아침과 해질녘에만 조금 들어온다.

창문이 커봤자 소용이 없다. 이게 너무 아쉽다. 햇빛이 없으니 겨울에 아주 춥고,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지 못한다.

# 비교 끝.

 

이렇게 비교를 하니 새삼스럽다.

2년동안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부모님 도움을 받아 버젓이 넓은 원룸에 전세로 살면서 자그마한 차까지 끌고 다니는 친구들에 비하면, 혹은 넓은 오피스텔에 비싼 월세를 척척 주며 사는 능력자들에 비하면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남과 비교해봤자 끝없이 우울해질 뿐이라는 걸, 잘 안다.

그리고 난 떳떳하다. 모든 것을 다 나 스스로 하고 있으니까.

그냥 어쨌든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면 그만이니까.

 

과거보다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보면 앞으로의 미래도 나름 기대가 된다.

나의 장점은 늘 조금씩 꾸준하게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거, 잊지 않고 있다.

같은 주기의 2년 후가 아니어도 좋다.

5년 내로는 좀 더 넓은 방에서, 퀸 사이즈의 침대에, 자취 노하우와 나만의 색깔이 좀 더 반영된, 그런 아기자기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길 바란다.

 

오늘은 직장에서 좀 속상한 일이 있었다.

발전이 없는 것 같아 풀이 죽어 있기도 했는데, 이러한 글을 쓰다 보니 조금 치유가 된다.

그래, 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다.

 

벌써 5년 뒤의 내 포스팅이 기다려진다.

 

반응형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익 스피킹 후기  (1) 2015.08.01
토익스피킹  (0) 2015.07.22
하루......  (0) 2015.02.10
바지런 떨기  (0) 2014.10.05
나의 흔적들  (0) 2014.10.04
댓글
반응형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