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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의 흔적들

라왕 2014. 10. 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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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악플러에게 데인 후, 곧장 네이버와 티스토리에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두 비공개 및 삭제해버리고 노트북에 설치해놓은 에버노트에만 글을 쓰고 있던 참이었다. 원래 계획은 블로그 포스팅 글들을 모조리 에버노트에 옮겨놓는 것이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람에 관해서는 선택과 집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이 사람은 나와 잘 맞으니까, 내 친구 리스트에 추가다. 자주 만나야지.' 혹은 '이 사람과 대화해 보니 나와 이런 점이 맞지 않는군. 아쉽지만 안녕,'이라든지 이런 생각들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5년만에 지인에게 연락해서 갑작스러운 만남을 갖기도 하고, 아주 친했던 친구들에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내 근황을 업데이트 해준다든가 하는 일이 없었다. 때문에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나의 연락을 받고 당황하기도 하고, 친했던 친구들은 내가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다하여 섭섭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나에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정말 말그대로 그 때 그 때 생각나고 보고싶은 사람들을 떠올렸고 만났던 것이니까. 누군가와 오래도록 친해질 수 없고 대화를 나눌 때 불편하다면, 그건 나 혹은 상대방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데에 있어서 단순히 노력을 덜 했다고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아주 최근 들어서, 나는 '사람'이란 것은 아주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들은 각자의 생각 시스템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여기에서 그 어떠한 유사성도 찾지 못하는 경우, 난 그 상대방을 '나와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결정해도 좋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꽤 단순하고 쉬워보이는 사실이지만, 사람을 타입따위로 구분해서 맞으면 좋아하고 맞지 않으면 피하고 하는, 유치한 대응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제였다.

 

어찌되었든, 나와 맞지 않는 타입들이 내 주위에 꽤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나를 '불편하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어김없이 튀어나와서 내가 해야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든가, 차근 차근 쌓아올려서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할 논리의 구조를 뒤죽 박죽으로 만들어버린다. 때문에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가치관등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나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상대를 그저 답답해하게 만들 뿐인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 글들을 삭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말로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바에, 그동안 시간을 두어 써내려간 글들로 말을 대신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네이버는 폐쇄한지 오래지만, 티스토리 글들은 왠지 좀 아깝다. 이제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맞춤법이 틀린 것도 많고, 가볍게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갔기 때문에 앞 뒤 말이 안 맞는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글들의 퀄리티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서로 잘 맞지 않았던 불편함으로 인하여, 그대에게 나를 잘 표현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이 글들로나마 메워보려고 하므로 이 글들이 나에 대한 막연함과 오해를 풀어줬으면 하는 점이다.

 

워낙 막 써내려간 못 쓴 글들이 많기 때문에 공개를 하는 데에 있어서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기에 가끔 글을 써야 한다면, 여전히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혹여나, 내 글들이 나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되었거나 의외로 나의 생각과 가치관에 공감을 했다면 그대도 용기있게 나의 글에 코멘트를 달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반박은 사양한다. 그냥 참 이상한 애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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