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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왠 정신 나간 사람이 블로그에 악성댓글을 남겨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더 그 사람에게 고맙게 되었다.
첫째,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익명성에 의해 신원이 보장되지 않다보니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아주 간과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예인들이 악플러들로 인해 고생하는 것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 블로그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익명이지만 인터넷은 답답했다
광장속에 벌거벗은 사람처럼.
에이, 딱히 할 말도 없다
요즘은 늘 그렇다
뭔가 말해야 하고 나를 나타내야 하고
관계를 맺어야하고 일을 시작해야하고 계획을 짜야하고..
어쩌면 이러한 ' ~ 해야해 ' 하는 강박관념이
나의 뇌를 더 배배 꼬아서,
종국엔, 아무 생각도 못하게 해버리는지도.
20살의 백지같은 뇌라.
큰일날 소리네.
이 곳의 블로깅이
나의 백지같은 뇌에 생각의 씨앗을 조심스레 심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2009. 7. 31
tistory bloging을 시작하며.
이게 대학교 들어와서 동아리 선배의 추천으로 티스토리 블로그 시작할 때 처음 썼던 글이다. 그 당시 대학교 신입생의 공허함에 제대로 빠져있었으므로 생각이라도 정리할까 하여 블로그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어떠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어디 하소연할 때가 없을 때 난 어김없이 블로그를 찾았다. 왜 그럴때가 있지 않는가. 어차피 해결되지도 않을 고민과 하소연을 친구에게 하기 민망하거나 미안할 때. 듣는 사람도 지치고 말하는 사람도 지치는 그런 대화들. 그런 것들을 나는 주로 블로그에 기록했다. 유독 비공개글이 많은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과연 인터넷에 나의 사생활을 적는 것이 (비록 그것이 비공개글이라고 할지라도) 올바른 일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생각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네이버를 비롯하여 블로그 정리를 하게 되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별 생각없이 혼자 싸질러놓은 글들이 꽤 보였다. 어차피 혼자 글 쓰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부담없이 자유롭게 썼던 것들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공동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나 혼자만의 장소를 꿈꾸었던 것은 무리였다.
넷째, '비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살다보면 내가 하는 행동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의 인정과 만족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큰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비난을 하는 것은 비난을 하는 자들의 자유이나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무시할 자유 또한 나에게 있는 것이다.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비난의 중요성과 무게는 비난을 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한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나에 대해 비난 혹은 비판을 하는 것과 학원 수업에서 처음 만난 선생님이 나에 대해 비난 혹은 비판을 하는 것은 그 태생부터 무게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이렇게 비난이라는 것이 늘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 존재의 특성에 따라 내가 받아들이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따라서 비난에 좀 더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무작정 화부터 났는데 이렇듯 나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준 악플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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