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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신라면 이름 보고 믿었기에 실망이 더 크다. 원수에게 추천할만한 라면.

오랜만에 이마트에 갔는데 운 좋게도 거의 전 제품을 왕창 할인 때리는 쓱데이였다. 라면은 무려 2+1 행사를 하고 있었다. 오랜 전통을 가진 클래식 라면이 아니면 절대 사지 않는 나지만, 기쁜 마음으로 여지껏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신제품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신라면 볶음면을 사봤다. 신라면이라면 내가 가장 선호하는 클래식 라면 3위 안에 드는 최고의 라면이다. 여기에서 볶음면을 냈다? 당연히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30분 전에 끓여 먹었고 먹자마자 쓰는 후기다.

봉지만 보면 볶음면 중에 으뜸인 불닭볶음면처럼 맛있게 매울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또 매운 라면 하면 신라면, 신라면 하면 매운 라면 아닌가? 신라면의 원조 농심이 만들었다면 역시 틀림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구성을 보겠다. 후레이크, 분말, 조미유. 요즘 분말대신 액상스프를 쓰는 신개념 라면들도 있던데 올해 7월에 나온 신제품치곤 일단 그런 완전 뉴템은 아니다. 나에겐 다행스러웠다. 불닭볶음면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확실하게 해주는 클래식한 구성이었으니까.


라면 끓일 때는 역시 봉지 뒷면에 있는 가급적 '조리법' 정석대로 하는 것이 좋다. 봉지에 인쇄해 넣는다고 연구원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정돈한 조리법이니깐.

여기서 신라면 볶음면의 특징이 보인다. 끓는 물 600mm까지는 불닭볶음면이랑 똑같으니까 알겠는데 2분 삶는다고? 일반 국물라면도 보통 3분 30초, 불닭볶음면이나 너구리는 5분까지 가는데 2분이라고? 짧긴 한데, 아직 면발도 안 봤고 감이 잘 안 오니 일단 패스.


동생이랑 둘이 먹기로 했기에 일단 호기롭게 3봉지를 뜯은 상황. 끓여 본다. 신라면이 그려져 있는 햄이 귀엽다. 그래,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 쓴 라면이라면 절대 실패는 없을거야, 끓일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에 짜파게티를 먹을 때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양배추를 볶아 넣었더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신라면 볶음면을 위해 어제 쓱데이에 산 양배추도 정성스레 볶아본다. 양배추는 큼직하게 썰어서 기름 살짝 두른 센불에 볶는다.


이때부터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 개인적으로 컵라면을 안 좋아한다. 면이 얇아서. 근데 '볶음면'인데 이렇게 면이 얇다고? 이래서 2분 조리였구나? 슬슬 걱정된다.


면 1개당 4스푼씩 넣으라길래 대충 12스푼인 것 같은 양의 물을 남겼다.


조리법대로 모든 분말과 조리유를 다 넣었다.


예감이 안 좋다. 끓는 물에서 면을 꽤 살짝 삶은 것 같은데 벌써 불기 시작한다. 불은 면은 극혐이다. 분말 냄새도 생각보다 향기롭지 않다. 불닭볶음면처럼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향일 줄 알았는데, 그냥 라면 스프를 넣고 볶는 기분이다. 그래도 잘 구워진 양배추를 더해주니 비주얼이 좀 괜찮아져서 끝까지 기대를 놓지 않는 중.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드디어 시식!


아 진짜 농심 너무 했다.

신라면에 충성하는 고객의 뒷통수를 이렇게 세게 치다니. 볶음면들 특유의 굵고 탱탱한 면발이 아니라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후추맛만 느껴지는 이 분말은 왜 그러셨습니까. 진짜 후추맛밖에 안 난다. 무슨 버섯분말도 있다는데 버섯맛은 안나던데요.

그리고 신라면은 끓일 때 분말의 매운 맛이 확 올라와서 가끔 기침도 날 정도인데 이건 왜이렇게 순한 맛인가요. 분말 다 넣으면 기분좋게 매콤할 줄 알고 조리법대로 다 넣었는데 짜기만 했다.

동생이랑 나랑 면성애자라서 웬만히 불은 라면도 끝까지 다 먹기는 하는데, 이건 도저히 못 먹겠어서 중간에 먹다가 버렸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스낵면에 신라면 분말 묻혀가지고 볶고서 후추 뿌린 맛이라는데 진짜 딱 그 정도인 듯.

앞으로도 클래식 라면의 왕중왕인 신라면은 계속 사먹겠지만 신라면 볶음면은 진짜, 원수에게만 추천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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