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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페루친구가 생겼다. 낭군님은 방영한 지 한참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꽃보다 청춘> 페루편을 보고 또 본다. 우리 모두에게 '페루'라는 공통점이 생겼고 지체할 것 없이 서울에 있는 페루 음식점으로 떠나야 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찾은 곳이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Lima(리마)>라는 페루음식점이었다.

 

4층에 있는 식당인데, 겉보기에는 좀 오래되어 보여서 들어가기 전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건 기우였다. 정말 페루의 한 식당을 옮겨놓은 것 같이 꾸며놓은 아담한 식당이었다. 페루 음악까지 시원하게 매장을 가득 채우면서 분위기를 한껏 현지화시켜주었다.


천장에는 남아메리카를 연상시키는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또 한켠에는 페루 전통악기, 전통 직물 그리고 알파카(!)가 장식되어 있었다.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씨가 알파카를 무척이나 아끼는 모습이 나왔던 터라, 낭군님이 반가워했다ㅋㅋ 아마 이 식당에서도 그 부분을 의식하고 진열해놓은 게 아닐까 싶었다.

 

유희열씨의 에로메스, 알파카

 
거기에, 페루 국기와 남아메리카 특유의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꾸며진 바,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페루 직원까지..! 페루 음식점을 그냥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정말 인테리어 하나 하나에 페루의 영혼이 담긴 것 같은 정성스런 음식점이었다.


난 외국 음식을 파는 음식점에 가면 그곳의 분위기를 먼저 유심히 살핀다. 식당에 가서 돈을 주고 음식을 사먹는다는 것은 단지 그곳의 음식만을 물리적으로 먹는 것을 떠나서 음식점의 분위기, 서비스까지 모두 즐기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봤을 때 리마는 일단 내 기준에서는 훌륭한 음식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문구까지.


아주 좋은 문구라고 생각한다. 음식이 늦게 나오면 지루하고 배고파 할 고객들을 위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다니. 매우 바람직하다. 매장 구경도 할겸 촬영 연습도 할겸 이곳 저곳 셔터를 누르다보니 기다리는 게 지루하지 않았다. 자, 이제 아래에는 우리가 즐겁게 먹었던 메뉴들을 소개한다.


01. Ceviche Clasico 세비체 (18,000원)

페루 음식 중 제일 궁금했던 것이 세비체였다. 흰살 생선을 새콤한 양념에 무쳐 시원하게 먹는 음식 정도로만 알고 갔는데, 정말 그런 음식이었다ㅋㅋ 여기에 약간 매콤한 소스가 추가되고 고수 특유의 향이 어우러져 계속 입맛이 당기는 이국적인 음식이었다.  

 
흰살생선도 비린내 하나 없이 탱글한 식감이라 좋았고 찐 고구마도 어울릴까 싶었는데 같이 먹기에 좋았다. 몇 입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소스가 짭짜롬하다보니 새콤해도 더욱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세비체를 먹다니. 감격이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홈쿡으로 세비체 샐러드를 해먹던데 나도 꼭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02. Lomo Saltado 로모살따도 (19,000원)

세비체말고는 사실 아는 페루음식이 없어서.. 메뉴판에 '대표'라고 되어 있는 음식들 중 입맛에 맞을 것 같은 것을 고르다보니 선택하게 된 메뉴다. 소고기, 토마토, 양파가 들어갔고 감자 튀김이 나온다길래 이건 실패할 수가 없다 싶어 골랐다.

결과는? 역시 맞았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소고기는 우리가 딱 좋아하는 미디엄 수준으로 익어 나왔고 약간 불맛이 느껴지는 짭조롬한 바베큐 소스가 잘 베어 있어 입맛을 돋았다. 


페루 음식은 스페인, 이탈리아처럼 따뜻한 나라의 음식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간이 좀 쏀 편이었다. 난 간이 쎈 음식들을 좋아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는데 동생은 너무 짜서 별로라고 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남은 소스에 밥까지 비벼 아주 싹싹 긁어먹었다.

 
03. Aji de Gallina 아히 데 가지나 (16,000원)

이것도 '대표' 메뉴가 있었던 음식이다. 카레같이 생겼는데 닭가슴살이 들어갔고 마늘과 양파가 더해진 페루 특제 소스로 만들었다고 하니 꼭 맛을 봐야할 것 같았다.

생긴 건 느끼할 것 같이 생겼는데 간간해서 그런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무척이나 고소해서 놀랐다. 닭가슴살도 퍽퍽하지 않고 완전 부드러웠으며 밥이랑 조화가 진짜 잘 됐다. 계속 페루 음식 너무 극찬하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예상 외로(?) 너무 다 입맛에 잘 맞고 맛있어서 놀라웠기 때문에 더 계속 칭찬하게 된다.

 

04. 음료: Chicha Morada 치차 모라다 (5,000원) / 에딩거 맥주 (5,000원)

동생이랑 낭군님은 페루 전통 음료인 치차 모라다라는 걸 시켰고 난 생맥주가 먹고 싶었지만 다 팔렸다고 하기에 에딩거 밀맥주를 시켰다. 

 

페루 전통 음료, 치차 모라다(Chicha Morada)


치차 모라다는 보라색 옥수수를 여러 향신료를 넣고 함께 끓여 만든 페루 전통 차라고 한다. 보통 저렇게 시원하고 새콤하게 먹는가 보다. 마셔보니 약간 고수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복분자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세비체같은 요리랑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생맥이 없다면 페루산 맥주라도 먹고 싶었는데 그런 제품은 없었다. 아쉬운대로 늘 즐겨먹던 밀맥주를 픽.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짭쪼롬한 페루 음식들과 잘 어울렸다. 


맥주를 시켜서 그런지 나초와 함께 간단한 곁들임 음식을 제공받았다. 생각보다 짭쪼름해서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생김새도 그렇고 정말 남아메리카 음식 같아서 괜히 흥이 더 돋았다. 


나초에 다른 음식들도 올려서 같이 먹어봤다ㅋ 페루 음식들은 대체로 심심하고 고소한 나초 위에 올려 먹기 좋았는데 이런식이라면 페루에서는 나초를 바게트처럼 모든 식사에 곁들여 먹을 것 같다고 상상했다.


셋이서 이렇게 페루 음식을 실컷 즐겼는데도 68,000원이라는,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 나와 놀랐다. 인도 카레집가면 둘이 가도 거의 저 정도의 가격이 나와서 약간 겁먹은 채로 갔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어서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다.

페루까지 가지 않고 페루 음식을 즐겨서 좋았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진짜 페루에 가서 마추픽추도 가보고 진짜 현지 세비체도 먹어보고 싶다. 그 전까지는 페루 음식이 생각날 때마다 리마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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