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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받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6년. 처음 한능검을 쳤던 건, 막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했을 때였다. 공기업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퇴근 후 준비를 해보자며 한국사 공부를 했더랬다. 그런데 퇴근 후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공부가 잘 될리가 만무한 터. 그래도 꾸역꾸역 최태성 선생님의 80여 개 되는 강의를 다 듣고 고급 시험을 쳤었다. 선생님의 강의는 훌륭했으나 문제는 수험생인 나에게 있었으니. 기출문제는 몇 회 제대로 풀지도 않고 암기도 덜 된 상태에서 시험을 친 것이다.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은 아는데 암기가 안 되어 있으니 점수가 잘 나올 리가. 당시 두 번 시험을 쳤는데 아마 한 번은 공부가 덜 되어서 원서접수만 하고 보러 가지도 않았을 거다. 그렇게 때려친 이후, 6년 후인 지금에 이르러서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도중에 한능검 1급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한능검은 정말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한능검 1급 시험 후기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단기간에 합격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은 '시험'이라는 매카니즘에 도가 튼 사람들이거나 흔히 말하는 한국사 덕후들이라 기본 지식이 많은 경우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사에 관심은 있으나 지식은 거의 없었고, 또 우직하게 전체 내용을 다 공부하는 타입이라 시험에 최적화된 인간도 아니었다. 이런 나에게 한국사 시험은 정말 넘지 못할 거대한 산과 같이 보였다. 한동안 한능검에 새로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데 어차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한국사 공부를 다시 하게 되었다. 역시나 6년 전 한능검을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사는 나에게 가장 버거운 과목이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각 파트마다 나에게 정말 오르기 힘든 거대한 태산들과 같이 느껴졌다. 공시 처음 시작할 때 가장 기본적인 삼국시대 왕도 구분이 안되는 상태였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도 거의 백지 수준으로 기억이 잘 안나서 가장 좌절을 많이 했던 과목이다. 무려 첫 2회독하고 풀어본 공무원 한국사 기출문제에서 50점을 겨우 넘겼을 정도였다. 그래도 참고 꾸역 꾸역 한능검 직전까지 약 9개월 정도 기간 동안 한국사 전체 내용을 6회독 가량 한 것 같다. 1타 강사로 유명한 공단기 전한길쌤 강의를 들었고 2.0>2.0단권화>3.0>5.0 순으로 인강 들었으며 기출 풀이 인강 듣기 전에 나 혼자 2번 기출을 풀고 공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자란 부분이 많고 아직도 기본적인 내용마저 헷갈린다. 그만큼 한국사는 내용도 방대하고 디테일하게 외워야할 것도 많다. 그래도 9급 치기 전 시험장 분위기도 익힐 겸 46회 시험에 응시했다. 한능검 시험은 따로 책을 사서 풀어보거나 하지는 않았고 한능검 기출문제 사이트(http://tok.historyexam.go.kr/)에 있는 것만 4회 정도 가량 풀어보았다. 공무원 시험은 20문제라 15분 정도면 다 푸는데 이건 50문제나 되어서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한능검 시험은 공무원 한국사에 비해 좀 더 흐름과 이해 위주다. 공무원 한국사처럼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시험이 아니다 보니 치사하게 문제를 내는 법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암기가 되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나오고 이 부분이 공무원 한국사와 얼핏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전한길쌤께서 외우도록 알려주셨던 방식으로 쉽게 푼 문제가 있었다. 고려 통일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시간별로 나열하는 문제였는데 '나, 공, 일리'를 암기하고 있으면 쉽게 답을 맞출 수 있었다. 이렇듯 공시생들은 별도로 한능검을 준비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 공무원 한국사가 준비되었다 싶으면 바로 한능검 시험을 봐도 될 거 같다. 시험 범위가 동일하고 문제가 나오는 포인트도 대부분 엇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사 실력 테스트용으로 나쁘지 않다. 공무원 시험이랑 다르게 한능검은 시험 시간이 엄청나게 넉넉해서 (무려 80분) 여유롭게 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47회부터는 급수 책정 기준이 달라져서 80점 이상부터가 1급이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한국사가 어느 정도 준비 되었다면 어렵지 않게 1급을 딸 수 있을 것이다.
6년 전에, 그리고 공시 초반에, 한국사를 너무 못해서 과연 내가 이 방대한 내용을 다 숙지하고 시험을 제대로 풀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하다보니까 되기는 되더라. 아직도 제대로 암기가 안 되어서 헷갈리는 부분들이 많은데 용기를 잃지 말고 계속 반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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