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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하면서 등급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젤 좋은 상태였던 배아를 이식했을 거고
난소, 난자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시험관 1차에 바로 될 거란 희망이 정말 컸는데
오늘 1차 피검 결과 0.1미만으로, 착상도 안된 공식 종료가 확인되었다.
사실 마음을 곱게 못 먹었다.
5일차 단호박 한 줄은 그렇다 쳐도 6일차 단호박부터 느낌이 쌔한 게 실패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때부터 사실 멘탈이 나가기 시작했는데 아닌 척 하고 있었나보다.
과도한 호르몬 주입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7일차 저녁 정말 미친년처럼 울어대고
신랑에게 모진 말도 막 해대면서 아주 쏟아냈다. 나도 나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진정이 안되자 스스로도 깜짝 놀라
책장에 오랫동안 꽂아두기만 했던 마음챙김 책도 꺼내들어 해당 내용도 읽어보고
우울할 때 기분전환을 위해 하는 온갖 행동들(샤워, 맛있는 음식 먹기, 재밌는 영화보기)을 하며
정말 진정을 위해 오만 시도를 했다. 잠들 때쯤이 되어서야 겨우 진정이 되고 본래 정신상태로 돌아와
그제서야 신랑에게 사과를 하고 너무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욕심"
모든 고통의 근원은 상황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제때 제때 빨리 아이를 갖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주기를 바라는 욕심.
이것을 내려 놓아야만 나는 비로소 평화 속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시험관 1차는 로또라잖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고차수 선배님들도 계시고
편안하고 행복한 몸에 아기가 깃드는 거지, 아이가 깃들어야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난임의 과정을 통해 벌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심지어 내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마저 너무 예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니,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시험관 1차가 공식 종료되었으니, 오늘 저녁부터 모든 약과 주사를 중단한다.
늘 그랬듯이 생리가 시작되면 2~3일차에 다시 내원하여 다음 차수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양가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시험관 하고 있다는 이야기 안했는데 안 하기를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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