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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밖에 엄청난 눈발이 날리고 있다. 2025년이 왔고 겨울이라는 점이 실감난다.
어제 1차 동결배아를 이식했는데 날리는 눈을 보니 괜히 감상에 젖어 그간 난임으로 고생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간다.
2년 전 신혼여행때부터 부푼 꿈을 갖고 자연임신을 시도했다. 임신은 쉽게 되는 건 줄 알았다.
무료 앱 배란일 측정으로 몇 달 해보니 잘 안 되기에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 같아
배테기를 샀고 시약선 진해지는 모습을 보며 나름대로 배란일을 체크하여 숙제를 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늘 단호박 한 줄이었다.
희망을 실망으로 바꾸어 버리는 임테기의 단호박 한 줄,
혹시나 모를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병원 갈 일 있을 때마다 요청하는 특별한 처방,
맛있는 데 먹지 못하는 것들(맥주, 회) 등에 지쳐갈 때쯤 난임 전문 산부인과로 향했다.
기본적인 검사를 해보니 난임 원인이 어느 정도 밝혀졌다.
나는 비타민 D 수치가 너무 낮았고, 신랑의 정자는 운동성 부족, 기형이 많았다.
정자의 질이 낮기 때문에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이 힘든 상황이었고
나의 낮은 비타민 D 수치로 인해 난자의 질이나 착상에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 길로 나는 평소 입에도 대지 않았던 종합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정자로 인해 자연임신 어려우니 시험관 시술 준비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던 와중에, 첫 번째로 찾아갔던 난임병원 주치의 선생님이 병원을 그만 둬버리고 말았다.
같은 병원 다른 선생님으로 바꿀까 고민하던 중, 주위에서 시험관으로 아이를 가진 분들이
"마리아 병원"을 추천해주었다. 이왕 난임치료를 하기로 한 거, 메이저 난임 병원에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수지) 마리아 병원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소문난 이현정 선생님께 진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병원에 가자마자 자초지종 그간의 일을 설명 드렸고 시험관부터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의외로 선생님은 우리가 젊은 편이니(당시 나 만 나이 34, 신랑 41) 후회 없도록 
자연임신부터 먼저 시도해보자고 하셨다. 분명 전원하면서 정자 검사 기록도 보셨을텐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메이저 난임 병원, 제일 유명한 선생님인데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알겠다고 하고 
그렇게 3개월간 배란유도제만을 먹으며 자임을 시도해보았다.
매번 난소, 난자 상태 너무 좋았고 늘 그랬듯이 생리 주기도 칼 같았다.
병원을 찾아 오고도 3번이나 기회를 날리다보니 나도 서서히 지쳐가고 다시 터지는 생리에 눈물도 날 때쯤
선생님께 솔직히 너무 속상하다고 말씀드리니 그러면 인공수정을 해보자고 하셨다.
운 좋게도 얼마 전부터 보조생식술 보조금 기준이 완화되어 과거보다 저렴하게 인공수정을 시도해볼 수 있어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점이 더 문제인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며 임신성공보다도 데이터 축적의 의미로라도
한번 해보자고 하시기에 성공률이 너무 낮은 자임보다는 나은 것 같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배란유도제만 먹는 자임과 달리 인공수정은 말로만 듣던 배주사도 맞아야 했다.
난임 전문 병원, 유명 선생님은 좋지만 하루에 보아야 하는 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자세한 설명이 없는 편이다.
배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은 인공수정을 결정한 다음 초음파 보러 간 당일 알았다. 
매우 당황해했더니 선생님이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씀하시기에 섭섭했지만 실제 해보니 정말 별 거 아니기는 했다.
배주사가 피하지방에 놓는 주사들이다보니 주사바늘이 그렇게 길지도 두껍지도 않아서 맞을 때는 별 느낌이 안 든다.
그렇게 배주사로 난포를 키워 놓고 인공수정 당일 신랑과 함께 병원 방문하여 오전에 선별한 정자를 자궁에 쏙 넣어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운동성 부족인 친구들이 나팔관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것일까.
인공수정부터는 임신여부를 병원에서 피검사로 판단하는데
'임신수치 반응검사 <0.10으로 비임신 확인되셨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임테기 단호박 한 줄보다도 더 가슴아픈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배주사도 맞아보고 약도 먹고 지원금이 있긴 했다만 20만원 돈 정도 들여서 인공수정이라는 것도 해보았는데
이런 처참한 결말이라니. 이때쯤부터 세상에는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과연 내가 진정한 노력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선생님은 자임부터 시도해야 이런 결심까지도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안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이끄셨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수정 실패하면 깔끔하게 시험관 1차로 가자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기에
지체할 것 없이 인공수정 실패한 후 다음 시작한 생리시작일에 내원하여 시험관을 준비하였다..
약과 배주사로 난포를 키우고 난자 채취를 먼저 했다. 22개의 난자를 채취했고 19개가 수정되었으며 9개를 동결했다.
9개 중 5개는 상급 이상이었고 4개는 중급 이하였다. 난자 재취를 많이 한 탓에 배에 복수가 차서 처음 5일은 걷기도 힘들었지만
5일 저녁부터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쯤 되던 때에는 굉장히 많이 회복했다.
채취부터 복수 회복까지 전반적으로 예후가 좋았다.
이럴거면 작년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험관 바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다음 코스는 인공주기로 난소가 배란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여 배아를 이식할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실 선생님이 인공주기라고 딱하니 설명해주시진 않았지만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런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난소가 부어 있는 상태로 인공주기를 다시 시작하면 몸에 무리가 되고 이식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음파로 계속 상태를 확인하고 약과 배주사를 맞으며 이식 준비를 하고 이식일을 확정했다.

그 1차 동결 배아 이식일이 바로 어제였다.
매번 난임을 치료하는 병원을 가긴 하는데 아무 소득없이 나오고 다음 생리일에 맞춰 기계적으로
약 먹고, 주사 맞고 초음파 확인하고 안 좋은 결과 듣고 하다보니 배아를 이식했다는 게 잘 와닿지는 않는다.
몇 개월 차이로 아직 만 35세 이상이 안 되어서 제일 좋은 배아 1개를 이식했는데, 배아를 해동하면서 중급이 되었다.
시술실에 핸드폰을 못 들고 가게 해서 배아 사진을 직접은 못 찍었지만 연구소에서 현미경으로 찍은 배아 사진을 하나 받았다.
이게 생명이구나.. 이걸 지금 자라라고 내 뱃속에 넣었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글 제목을 '푸롤루텍스는 생각보다 안 아프다'로 정한 것은 시험관 시술을 처음 고려할 때
가장 무서운 게 '배주사'고 또 거기서 대부분 맞아야 하는 주사가 아프기로 유명한 프롤루텍스 주사인 것 같아서이다.
사실 시험관할 때 제일 힘든 과정이 '난자 채취'인데 선생님도, 누구도 이게 제일 힘들다고 먼저 말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 사람에 따라 난자를 채취하는 갯수가 다르고 적게 채취하는 경우 복수가 차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가 보다.
물론 프롤루텍스도 안 맞으면서 프로게스테론 경구약이나 질정으로 대체해서 진행하는 환자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하면 프롤루텍스는 거의 다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프롤루텍스가 '생각보다' 별로 안 아프다.
이식 후에도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매일 아침마다 배에 놓고 있는데
약간 멍든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이 불편하거나 누구 말대로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쓰라리고 이렇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뛰기만 해도 그 부위가 아프다던데 난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일부러 그 부위를 꾸욱 누르지 않는 이상 괜찮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시험관 시술의 과정 자체는 그럭저럭 할 만하다는 것이다.
혹시 임신이 어려워 고생하고 있는데 아플까봐 무서워서 시험관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비용도 처음에는 이번에 5만원, 다음에 20만원 이러면서 계산했는데 나중엔 그냥 대충 얼마 정도 들었구나 하고 만다.
어차피 이 과정이 돈 아끼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얼마가 들든 결과를 얻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돈에 정말 민감한 사람인데 그냥 나중에 열심히 벌어 메꾼다 하고 생각하고 있다. 요새는 지원금도 꽤 나온다.
그런데 난임에서 제일 힘든 것은 아무래도 마음이 힘든 점인 것 같다.
돈도, 시간도 많이 들여서 노력하고 있는데 결과가 계속 좋지 않고 그럼에도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
혹시 이 모든 것이 나의 문제 때문은 아닐까 하는 자책감. 세상 사람 다 아기가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고독감.
시험관을 한다고 하면 '요새 1년 정도 임신 안되는 건 문제도 아니래.' 또는 '애 없이 살아도 행복한 사람 많다.'라며
공감능력 제로인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하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하는 상황들.
응원해주다 지쳐 이제는 내 눈치만 보는 지인들, 가족들.
아기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가도, 신랑과 나 사이에 그와 나를 닮은 아이가 한명 있는 세 가족을 상상해보면
만난 적도 없으면서 또 그 가족이 그렇게나 그립다.
물리적인 어려움보다 이런 점이 힘들다. 그래서 그동안 묵혀두었던 블로그를 다시 찾았다.
글을 쓰다보면 내 마음이 좀 정리가 되고 홀가분할까 싶어서.
그리고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힐링이 되어서 나도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팠다. 
시험관 1차에 착상에 성공하면 로또라던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어제는 이식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오른쪽 난소쯤 배가 쿡쿡, 쿡 하고 쑤셨다. 그러고서 잠잠.
집에 와서 한두번 쑤시고 이따금 한번씩 생리통처럼 배가 잠깐 아팠으며 월경 완전 막바지처럼 갈색혈이 묻어 나왔다.
도통 이게 이식할 때 사용한 카테터때문인지 착상혈인지 알 길이 없다. 모르겠다. 
너무 누워만 있어도 착상에 도움이 안된다고 하여 신랑과 가끔 산책도 하고 집안일도 좀 했다.
이번 주말이 6일째 되는 날이니 잊고 살다가 임테기나 한번 해봐야겠다.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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