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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7월 말 발령에서는 제외되었다.
다만, 이제는 다음 번 발령 1순위라는 게 확실해졌다.
쉽게 말해 농업직에서는 나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인생이란 참 모를 일이다.
예상보다 발령이 참으로 늦어지고 있지만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 2월, 신규자 교육을 마치고 한 달 정도를 쉬었으나
돈도 다 떨어져 가고 집에서 가족들 퇴근하는 것만 기다리려니 고역이었다.
알바라도 해볼 요량으로 요즘 유행하는 배달도 해볼까 기웃거려 보고
알바 자리가 있으면 좀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주변에 자주 하고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이 있는 작은 회사에서
계약직 알바로 일하게 되었다.
공시생활 시작하기 전 민간기업에서 했던 일과 거의 똑같아
업무는 다소 수월하게 해냈고 6시 칼퇴도 보장되었다.
'한 달만' 하던 것이, 발령이 미뤄지면서
'한 달만 더', '한 달만 더'... 결국 5개월째나 일하게 되었다.
그 사이, 내가 하던 업무는 '팀'이 되었고
인원이 보충되었고 나는 마치 팀장 아닌 팀장처럼 일하고 있다.
식품 유통은 원래 관심있던 분야인데다
그간 쌓아왔던 경력을 살려 좋은 분들과 다양한 일을
시도해보고 또 성과를 이뤄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젠 회사에서 아예 공무원을 그만두고
함께 일하자는 농담도 자주 하신다.
인생이란 정말 모르겠다.
민간기업 있을 때는 내가 하던 일이 정말로
나의 적성과 너무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내가 했던 일들이 커리어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는데
(=난 능력 없음)
이렇게.. 쓸모가 있어질 때도 있구나.
사람 일은 정말로 모르는 거구나.
차라리 잘 됐다 싶다.
앞으로 3개월만 더 일하면
공시생때 쓴 비용을 전액 환수하는 셈이 된다.
여기에 한 달만 더 일하면 계약이 종료되고
5년 넘게 부은 고용보험 덕에 실업급여를 받으며
여유롭게 내 인생을 되돌아 보고
임용을 준비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것은
'내가' 결정하고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 펼쳐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더욱 더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