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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맞이하야, 그동안 날씨가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며 미뤄뒀던 고추와 토마토 심기를 하러 갔다. 원래 정식하는 날은 맑고 쨍쨍한 날이 아니라 조금 흐린 날이 좋다고 하는데 어린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날이 흐려서 아침에 기분이 좋았다. 일단 모종부터 사야 하니 모종샵에 들렀다.
고추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했지만, 길러서 먹고 싶은 것으로만 골라서 '아삭이 고추'와 '꽈리 고추'를 샀다.
방울 토마토도 사려고 보니 종류가 꽤 많았고 생각보다 비싸서 무엇을 얼만큼 사야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피망 모종도 있어서 선택지가 갑자기 늘어나 더욱 고민이 됐다. 엄청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그냥 원래 하려던 대로 방울 토마토 한 종류로만 통일하되, 대추 방울토마토와 일반 방울토마토를 섞어서 샀다.
방울토마토 모종에 첫 꽃이 피었을 때 이식하는 게 좋다고 알고 있는데 모종에 꽃이 하나도 안 피어 있어서 이대로 심어도 되냐고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수분이 잘 되게 면봉으로 암술과 수술 잘 문질러야 한다는 동문서답만 해주셨다(...) 하지만 나도 잘 모르고 꽃이 필 때까지 놔둘 곳도 없기 때문에 일단 그냥 심기로 한다.
미리 비워두었던 두둑 2곳에 각각 고추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3m 정도 두둑이라 20cm 정도 간격으로 심으니 10개 정도 심기 딱 좋았다. 고추 모종은 청상추 모종처럼 망하기 싫어서 유투브 '성호육묘장' 채널로 정식하는 방법을 공부해갔다.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포인트는 3개였다.
1. 고추 모종 뿌리를 앞/뒤로 한 번씩 손으로 끊어주고 심어라. (그래야 새 뿌리가 잘 나고 활착도 좋다고 함)
2. 심으려고 판 구멍에 고추 모종을 넣고 물을 부어 자연스레 흙이 덮이도록 한 후 복토해라.
3. 떡잎이 난 부분 아래까지만 흙이 덮이도록 심어라. (너무 깊게 심으면 뿌리가 심토까지 뻗어 추워서 활착 늦음)
최소 위 3개는 다 지켜서 심은 것 같다. 물을 부을 때 흙이 자연스레 덮일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저수지에 물 퍼담는 마냥 물만 고여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원칙이 있고 그에 따라 심으니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할 때보단 마음이 편했다.
고추는 큰 애들 위주로 사서 나름 잘 심어진 것 같은데 방울 토마토는 심자마자부터 힘들어 하는 애들이 생겨서 걱정이 된다. 앞으로 1~2주는 적응하느라 고생할 것 같은데 매일 매일 밭에가서 물을 잘 줘야겠다. 지지대 세우고 끈 묶는 건 일요일 정도에 할 예정이다.
고추랑 방울토마토 사면서 잎상추 두둑 빈 공간을 채울 몇 가지 잎채소도 더 사서 심었다: 부추, 청겨자. 청상추는 심어봤자 계속 실패할 것 같아서 그냥 이번에 추가로 안 샀다.
땅이 너무 질어서.. 계속 걱정이 됐다. 과비한 땅에 제대로 흙을 만들어주지 않은 탓인 것 같다. 맨 처음에 퇴비 주고 땅 만들고 기다리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하고 깨닫는다. 밭에만 가면 마치 누가 가스 틀어놓은 것처럼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한다. 밭에 준 퇴비들이 질소가스로 산화되는 냄새인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으니까 갈때마다 흙을 최대한 부수고 일반 흙이랑 섞어서 작물들이 자라기 좋은 상태로 만드는 노력을 계속 해야겠다.
사실 다른 분들의 밭에 비하면 우리 밭은 조금 초라하기도 하다. 생육도 너무 느리고 다른 데는 벌써 잎채소들이 엄청나게 많이 커서 수확해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케일빼고 아직 그럴 정도로 자란 게 하나도 없다. 감자도 다른 밭은 엄청나게 많이 자랐는데 우리는 이제 겨우 싹이 날까말까 하는 정도다. 그래서 어쩔때는 주눅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난 이제 겨우 텃밭 2년차인걸. 잘 하는 분들이 주위에 많으니 보고 배우기도 하고 나도 스스로 연구해가면서 앞으로 텃밭 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면 된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케일, 치커리는 너무 고맙게도 알아서 잘 자라주고 있고 감자, 당근도 다행히 이틀만에 싹이 많이 났다. 내일부터 날이 다시 따뜻해지면 더 잘 자랄 것 같다.
텃밭은 요즘 내 인생의 유일한 기쁨이자 재미이다. 자, 나도 공부에 힘내볼테니 너희도 잘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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