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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이 싫어질 때가 있다.
관심 있었던 업종의, 관심 있었던 직무인데도 불구하고.
입사 3년차 초 까지는 사원 급의 초 주니어니까, 잘 몰라서 그런 거겠지 싶었다.
혼자 열심히만 하면 되던 학생에서 사회생활하는 직장인이 되었으니
단순히 직장 생활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곧 만 4년 경력을 앞두고도, 여전히 이 일이 과연 나의 일인가 싶을 때가 많다.
물론 아직도 주임 급의 주니어니까 좀 더 겪어 봐야 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입사 초반에 가졌던 의구심과는 그 무게가 좀 다르다.
예전에는 그저 내가 열심히 적응하고 열심히 일하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겠거니, 했다면
이제는 단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과연 나은 삶을 보장할까 란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엔 특히 일하다가 툭 하면 기운이 많이 빠졌다.
그 헛헛한 공간을 메꾸기 위해 심즈3에 파묻히거나 영화만 봐댔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며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렇게만 지내는 게 어느 순간 매우 불편해졌다.
책을 좀 읽었다.
<퇴사합니다>와 <퇴사 학교> 그리고 몇 몇 에세이들.
다들 먹고 사는 이야기들인데, '직장인'으로 먹고사니즘을 국한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자극을 좀 받았다. 나도 무언가 해야겠다 싶었다.
'시간이 없다! 망설일 시간에 행동하라!'로 목이 터져라 외친(책이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퇴사 학교>에 힙임어 이 늘어진 직장생활에 활력을 줄 플랜 B를 짜보았다.
-요가 강사
-프랑스어 (산업) 번역가
둘 다 잘 해서 결정한 건 never 아니다.
요가, 드럽게 못한다.
프랑스어, 현지에서 일상생활 가능한 정도다.
그런데 둘 다 재밌다.
여러가지 이유로 요가가 재밌다. 작년에 첨 시작할 때만 해도 의구심이 들었으나, 할수록 좋다.
잠깐 회사일 때문에 바빠서 요가를 놓쳤는데 정신과 육체에 바로 영향이 미치더라.
이건 내 생(生)이 걸린 문제이므로, 앞으로 내 삶에서 요가를 놓쳐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는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고 관심이 많았다.
진짜 뛰어난 외국어 천재들에 비해 괄목할 만한 대외적 성과는 없지만, 좋다.
못해도 계속 생각나고 하고 싶은 것, 앞으로 더욱 잘 하고 싶은 것.
이게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이상 생각만 하지 말고 몸으로 부딪쳐 봐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이루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고의 삶은
한적한 시골에 지어진 아담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자연에 둘려싸여 사는 것이다.
먹고 사는 건 요가 강사 수입과 번역일 수입, 텃밭에서 가꾼 야/채소 등 으로 해결한다.
욕심 좀 더 보태서 사정이 나아지면
소규모 외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국 시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볼 수도 있겠다.
매우 히피스럽다.
그래서 당장 시작한 건
매일 최소 1시간씩 스스로 요가 수련을 하는 것,
매일 최소 1시간씩 프랑스어 공부를 하는 것이다.
몸이 많이 유연해지고 기본적인 자세들을 수련함에 있어 7~80% 어려움이 해소되면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요가지도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어제 그제 너무 열심히 했더니 어깨 쪽 근육이 너무 아프다. 팔 들기도 어렵다.
그래도 쓰지 않던 근육을 깨운다 생각하니 힘이 난다.
그간, 프랑스어 실력에 자신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인 '문법/발음/어휘/문장'을
이번 년도에 많이 단련시켜서 허접하게나마 내년에는 번역에 조금씩 도전해보고 싶다.
오늘은 4년 전에 샀던... 프랑스 문법 책을 펼쳐서 오랜만에 공부를 했다.
꼭 알아야 하는 지식들이라고 생각하니까 귀찮지만은 않았다.
100% 확신은 없다.
인생에서 한 번도 다리 찢기에 성공해 본 적이 없는 통나무 같은 몸을 가진 내가,
불문과에서 성적이나 모로 보나 존재감이란 1도 없었던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며 되려 자조적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건 안돼', '저건 안돼' 이렇게 회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거라도 해보자.' '저거라도 해보자.' 이렇게 자세를 바꾸어야
10년 후에 조금이라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블로그에 조금씩 기록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에 '우왕, 한 발자국씩 용기를 내어 옮겼더니 여기까지 왔네!'라며
지난 내 발자국들을 흐뭇하게 되짚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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