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3

지방직 7급 최종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7급 필기 합격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는 나에게 조금 어려운 시간이었다. 9급으로 근무하고 있으면서 내가 맡은 일에 열심히 집중해야 하는데, 7급이 될 수도 있다는 (헛된) 희망이 있다보니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지금 맡은 일이 낯설고 어렵다보니 '얼른 7급 합격해서 도망치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며 나 자신에게도 좋지 않았다.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뜬구름잡는 미래에만 집착하다 보니 끝없이 우울해지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는 아주 마음을 다잡고 9급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랬더니 업무에 대한 이해도 확실히 높아지고 왠지 일도 더 잘 풀리는 것 같고 열심히 일하니 시간도 빨리 갔다. 그러고서 주말을 맞이했다.

 

이제야 제대로된 주말을 맞이하는 것 같아 정말 기쁘고 좋다. 7급 필기 시험일인 10월 17일까지는 정말 전업 수험생으로 평일, 주말없이 공부하며 막판까지 달렸었고 겨우 일주일 쉰 다음에 9급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처음 2주는 평일에 퇴근하자마자 저녁먹고 자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집안일 등 또 다른 해야할 일을 주말에 몰아서 했고 그래서 쉴 수가 없었다. 그 다음 2주는 어느 정도 생활에 적응이 됐으나 11월 23일에 갑자기 7급 필기가 합격되는 바람에 면접 준비를 하느라 퇴근 후 평일 저녁이고 주말이고 쉴 수가 없었다. 12월 5일 면접날까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선에서 면접 준비를 하고 무사히 치러냈다. 그 이후 사실 처음 맞는 주말이니 얼마나 달콤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9급으로 계속 근무하든, 7급이 되든 어느 한쪽만이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둘 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7급이 되면 당연 7급까지 승진소요되는 연수를 절약할 수 있고 월급, 수당, 연금액도 올라가니 좋다. 또 경기도청에서 근무할 확률이 높은데 그렇다면 수원에서 살게 될 것이고 아무래도 지금 일하는 작은 시군보다는 생활 환경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 일하는 것보다 도에서 일하는 것이 당연히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에서 볼 때 훨씬 빡셀텐데(워라밸 bye) 대민업무가 적다보니 일에 대한 보람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반해, 9급으로 근무하면 시민들과 계속 소통하니 현장 잔뼈가 굵어지고 보람도 그만큼 있는 것 같다. 도청에 비해 도에서 하달된 사업을 우리시 단위에서만 시행하면 되니 업무 자체가 엄청나게 힘들지는 않을거라 아주 바쁜 때를 피하고는 워라밸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7급까지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적어도 7년이상 필요할 것이고 30대 후반까지는 200이 못되는 기본급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작은 시군이다보니 확실히 집도 많이 없을 뿐더러 도로, 편의시설과 같은 생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난 시골이 좋아서 그 불편함이 좀 덜하긴 한데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서 학교도 보내고 병원도 데려가고 하려면 문제가 좀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9급이든 7급이든 이래저래 다 각자의 장점이 있다. 어찌돼도 좋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꼭 합격했으면 하고 생각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긴장감같은 게 별로 안 느껴진다. 사실 떨어지는 게 더 당연하다는 쪽의 생각이 많다. 어제도 7급 붙기위해 고군분투했던 합격생들의 후기를 읽었는데 난 그들의 반에 반도 열심히 한 것 같지가 않다. 물론,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늘 하는 말이 '넌 너무 기준이 높고 스스로를 너무 낮춘다'라서 내가 일부 열심히 한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스스로 내린 판단은 그렇다.

 

운명의 여신은 과연 어떤 길을 열어보여주실까? 7급에 합격하면 그 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9급으로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소중한 내 인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