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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광진구 동아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통해 운전면허를 땄으나, 이 학원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아.. 드디어 나도 운전면허 합격 수기라는 것을 쓴다. 약 2시간 전에 막 합격한 따끈 따끈한 수기이다. (기준일자: 2016년 10월)
1. 운전 면허를 따기 위한 결심
운전 면허는 컴퓨터, 한자 등 여럿 자격증들과 함께 대학생때부터 늘 나의 버킷 리스트에 있었다. 하지만 학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늘 다음으로 미뤄두고는 했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이 되었고 학원비 마련이 가능해졌다. 면허는 있냐,는 질문을 보다 자주 받게 되었고 상사들과 미팅을 나갈 때 항상 조수석에 앉는 것이 쑥쓰러워지기 시작할 즈음, 다시 운전 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2. 학원 등록 및 수강
면허를 따기로 마음 먹고 가장 먼저 든 고민은 '혼자 할까? 아니면 학원 다닐까?'였다. 집에 차와 운전 경력자가 있다면 혼자 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학원에 다니기로 결심. 마침 집 근처 3분 거리에 동아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이 있어 바로 등록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주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수강했다. 8월에 등록했는데 대학생 여름방학 기간과 11월 운전면허법개정 예고가 겹쳐 사람들이 항상 많이 밀려있는 편이었다.
3. 동아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 (폐원)
동아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이 집에서 3분 거리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이 학원의 도로 주행 코스가 다 우리 집 근처였기 때문에 무조건 여기였다. 등록부터 도로 주행까지 든 비용을 항목별로 밝힐 수는 없지만 총 든 비용은 다음과 같다.
- 학과 교육
- 학과 시험 -> 강남 면허 시험장에서 침.
- 기능 교육
- 기능 시험
- 도로 주행 교육
- 도로 주행 시험 (3번)
- 보험료
=> 653,000원
교육은 대체적으로 만족 스러웠다. 선생님들도 경력도 많고 친절하신 편이었고 시험 감독관들도 나쁘지 않았다. 그 중, 도로 주행 4시간 교육해주신 선생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많이 혼내시기는 했지만 어떻게 하면 똑바로 운전할 수 있는지 알려주셔서 첫 운전대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4. 시험
#학과 시험
운전면허 필기는 상식으로 다 풀 수 있다는 말 다 개뻥이다. 그림보고 대충 맞추면 되는 표지 정도야 어떻게 상식으로 한다 쳐도 자동차, 차로, 도로 교통 등에 대해 정말 공부해야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다. 다만,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인데다 문제 은행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책을 공부할 필요는 없고 문제를 무조건 많이 풀어봐야 한다. 요즘엔 앱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재며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어 있고 시험 말미에 나오는 동영상 문제도 똑같은 영상으로 풀어볼 수 있다. 차랑 도로에 대해 1도 모르던 나는 50점대도 맞아봤다. 그러다 보니 걱정되어서 20번 정도 모의로 풀어보고 시험 쳤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94점 맞았다. 모의를 풀 때 중요한 건 일단 10회 이상 풀고 그 다음부터는 계속 잘 틀리는 애들만 골라서 외워주는 것이다. 요즘 최신 앱에는 내가 틀린 문제들만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해놓기도 하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헷갈려서 잘 틀리는 문제들만 따로 모아놓은 코너도 있으니 이만 잘 활용하면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다.
#기능 시험
기능 시험을 다 치는데 보통 10~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학원에서 기능 교육받는 시간이 1시간 40분이니까 실제 시험처럼 시뮬레이션을 최소 6번 이상 할 수 있다. 엄청 간단해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합격. 하지만 너무 간단하다 보니 안전 밸트를 안 맨다는가, 핸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출발 한다든가 하는 실수를 할 수 있어 이것만 주의하면 된다. 나는 시간이 안 돼서 못했는데 기능 교육을 오전에 받고 오후에 바로 시험을 치면 최고다.
- 보통 여기까지는 대부분 한 번에 합격.
#도로 주행 시험
예전에 운전 면허 취득 과정이 어렵고 비쌌을 때는 장내(학원 내)에서 시험을 치고 추가 연수를 의무로 받은 뒤 도로에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부터 바뀐 간단+저렴 면허 취득 과정은 시험부터 쌩 초보자들을 바로 도로로 내민다. 그래서 한 번에 합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도 주위에서 2종 자동은 아주 쉽게 따는 것처럼 묘사해서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나처럼 도로에 대해서 필기 공부 했던 것 이외에 아는 게 1도 없었던 사람일수록 도로 주행 공부를 개인적으로 철저하게 해야 한다. 쉽게 보았다가 큰 코 다쳤던 나는 총 2번 떨어지고 세 번째에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 아래는 횟수별 후기.
1st 시험 (10월 초)
A코스
A코스는 직진만 하면 되어서 쉽게 느껴지지만 4가지 코스들 중에서 항상 차가 많고(=차로 변경이 어려움) 큰 사거리를 2개나 지나야 해서 신호 위반하기 쉬운 나름 난코스이다. 나의 경우에는 화양사거리 넘어갈 즈음에 주황색 불을 받았고 그냥 멈췄어야 하는데 횡단 보도위에 있으면 안되는 줄 알고 무작정 밟으려다가 신호 위반으로 -100점 먹고 실ㅋ격ㅋ.
2nd 시험 (10월 중순)
B코스
B코스는 쭉 직진하다가 올림픽 대교 북단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광나루역에서 U턴하는 코스이다. 여기는 경기도 가는 버스가 엄청 많이 다니는 길이라 혼잡해서 어렵다. 사실 난 시작도 못해보고 이 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겹쳐 멘붕인 상태로 시작했다가 경로 이탈로 탈ㅋ락ㅋ. 정확하게 짚자면 광진 소방서 앞을 2차로 지나가다가 유도 차선 타고 구의 사거리를 넘어 1차로로 입성해야 하는데 광진 소방서 앞에서 1차로로!!! (직진 금지 좌회전 차로) 멍청이같이 차로 변경을 하는 바람에 시작하자마자 30초도 안돼서 광탈. 차로 변경에 대해 걱정하다보니 쓸데 없이 변경하다가 탈락한 것. B코스와 D코스는 광진 소방서 앞에서 3차로로 적당히 변경해줘야 하걸랑요... 사실상 코스 암기를 제대로 못하고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짬뽕이 된 데다 멘붕이 겹쳐서 탈락한 것이라 분석.
--> 이 때부터 코스 암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투브에 있는 학원 코스 영상을 다운 받아서 곰플레이어 2.0배속으로 계속 돌려봤다.
나처럼 실제 차로 코스를 돌아볼 수 없는 경우에는 실전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단지 그 차선 뿐만 아니라 주변 차선까지 다 정확하게 알아놔야 한다.
예를 들어, B코스 중 구의 사거리에서 학원 쪽으로 돌아갈 때 영상에서는 2차로로 가다가 한참 뒤에 1차로로 변경하지만 구의 사거리 이후로 1차로에 좌회전 및 U턴 전용 차로가 없기 때문에 일찍부터 1차로로 변경해도 상관 없다... 와 같이. 또는 C코스에서 건대입구역 사거리 우회전 시에는 3차로에서 우회전을 돌지만 착지는 2차로로 해야 하고 빕스에서 U턴 찍고 돌아 올때는 횡단 보도 반드시 하나 지나고 나서 바로 1차로로 들어와야 한다..와 같이...
평소에 남이 운전하는 거나 도로를 눈여겨 봤던 사람들은 쉬울 줄 모르겠으나 전혀 관심도 없었던 나는 정말 1부터 알아차려야 해서 좀 힘들었다.
3rd 시험 (10월 말)
C코스
운이 좋았다. 일요일 오전 10시에 일부러 시험 쳤는데 도로에 차가 많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순서였는데 첫 번째 시험 친 사람이 C코스를 돌아 합격한 것을 참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관이 주로 지적했던 부분들을 최대한 신경쓰려고 하면서 C코스를 돌았다. 또 감독관이 보아하니 츤데레로, 쓴 소리는 많이 하지만 실제 점수는 많이 안 깎는 분이었다. 그래서 무사히 82점으로 도로 주행을 합격할 수 있었다.
5. 총평
어려웠다....
2종 자동이 쉽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세 번째 시험 본 오늘은 꿈에서도 운전하고 10시 시험이었는데 6시부터 자다 깨다 하다가 7시부터는 코스별로 영상 다시 보고 심지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진통제도 하나 먹었다.. 어떻게 코스를 돌아 학원까지 무사히 다시 왔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여차저차 운이 잘 따라준 것 같다. 운전 면허 공부를 하면서 운전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고 특히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늘 운전대를 잡아 주었던 아빠한테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면허증을 손에 쥐고 드디어 어른이 된 기분이다.
양식 조리사 이후로 한 번 더 느끼건데, 합격/불합격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삶이 정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다만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에 안정이 오고 여기서 얻은 안정으로 차분하게 시험을 치고 삶은 나에게 '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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