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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반드시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모의고사 응시'였다. 「불피법」에서도 저자가 강조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왔다고 느꼈을 때 모의고사를 쳐봄으로써 본인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시험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모의 시험을 실시함으로써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을 중요한 문제들을 미리 테스트하고 챙길 수도 있다.
처음에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자체적으로' 모의고사를 실시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시험 합격에 최소 30%는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만큼 모의고사가 합격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했던 방법을 적어보기로 한다.
자체 모의고사 실시 배경
맨 처음 모의고사 실시를 위해 떠올렸던 것은 오프라인 노량진 학원 모의고사였다.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면 실제 시험과 가장 비슷한 분위기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을 뿐더러, 원생수가 많으면 등수나 합격률 등을 보다 실제와 유사하게 점쳐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에 관해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유료 코스를 등록한 원생이 아니면 모의고사 응시가 복잡하고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포기.
두 번째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은 공단기나 윌비스처럼 유명한 인강 사이트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것이었다. 공단기의 경우 프패를 끊으면 '예측 모의고사'라는 걸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중간 중간 자체 CBT 형식의 모의고사 응시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예측 모의고사'라는 건 프패 끊자마자 바로 보내주고 답 확인이나 해설강의도 들을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보통 모의고사라는 건 공부가 어느정도 된 상태에서 실제 시험 치르기 한두 달 전에 한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 예측 모의고사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또 CBT 형식 모의고사들은 아무래도 실제 종이에다가 푸는 게 아니다보니 시험 느낌도 안 나고 OMR 체킹도 못하고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래서 자체 모의고사, 즉 내가 스스로 문제지도 준비하고 OMR 카드도 준비하고 시험장 분위기와 최대한 유사한 곳을 찾아다니며 모의고사를 치르게 되었다.
모의고사 실시 시기와 횟수
보통 시험 치르기 한두 달전부터 주 1~2회 실시했다. 시험 치기 전에 12회정도까지도 해봤다. 사실, 처음엔 주 2~3회 정도를 계획했다. 그리고 실제 3회 정도 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모의고사는 무조건 자주 한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실제 시험과 똑같이 해야하기 때문에 (9급의 경우) 오전 9시에 입실(?)해서 10시~11시 40분까지 푸는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점하고 오답이랑 헷갈린 문제들 공부하고 취약점 체크 후에 이후 계획까지 세우려면 모의고사 1회에 꼬박 하루가 걸린다. 때문에 모의고사를 너무 자주 하면 시험 직전 마무리 공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의 공부량과 상황에 맞게 주1~2회 하는 게 제일 적당한 것 같다.
자체 모의고사 실시 방법
(1) 시험문제
시중에 판매하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과목별로 사서 했다. 봉투 모의고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20문제가 1회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는 문제집이면 샀다. 올인원 기본서들이랑 연동해서 보기 위해, 평소에 듣던 인강 선생님들의 모의고사 문제집 위주로 샀다.
모의고사 문제집들은 실제 시험보다 좀 더 문제가 어렵다. 그리고 같은 선생님이 만든 모의고사 문제집이라도 덜 어려운 게 있고 더 어려운 게 있다. 시험이 임박해서 나온 문제집일수록 어렵다. 어떤 모의고사 문제집이든 상관은 없는데 일단 처음할 때는 판매량이 많고 유명한 게 무난하고 좋은 것 같고 시험 임박해서는 어려운 거 푸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어차피 모의고사 문제집 한 권에 15~20회 정도 수록되어 있는데 두 권까지는 시간이 부족해서 풀기 어렵다.
예를 들어 내가 푼 문제집은,
- 국어: 선재국어 나침반 모의고사, 해커스 실전동형 모의고사 -> 해커스는 무난하고, 나침반이 좀 어려운 편이다.
- 한국사: 전한길 한국사 4.0, 신영식 공시끝 실전동형 모의고사 -> 4.0이 무난하고, 신영식 공시끝이 엄청 어렵다.
- 영어: only 이동기쌤 모의고사만 (하프 두개 붙여서 풀기도 하고 실전동형 풀기도 하고. 하프가 좀 쉽고 실전동형이 어렵다.)
처음에는 진짜 시험처럼 하고 싶어서 20문제(1회)씩 잘라서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나중에 모의고사 오답을 재확인할 때 너무 불편하고 관리도 잘 안돼서 나중엔 그냥 문제집째로 했다.
(2) OMR 카드
중학교 내신 시험에서 OMR 카드를 밀려 써 90점 -> 70점이 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이 이후로 'OMR 카드도 시험의 일부이며 실력'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시험 준비시에는 항상 이 연습도 하는 편이다. 특히 공무원 시험은 과목당 20분밖에 주어지지 않아 시간 관리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OMR 카드 표기, 확인, 수정 등의 연습을 반드시 미리 해야 한다.
일부 모의고사 문제집을 보면 맨 뒤에 복사해서 쓰라고 종이로 된 OMR 카드가 부록으로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거보다는 돈 좀 더 들이더라도 실제 OMR 카드를 구입해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최대한 실전처럼' 이게 모의고사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쿠팡같은 데서 '9급(또는 7급) 공무원 OMR 카드'라고 치면 상품이 많이 나로는데, 장수랑 가격 맞는 걸로 아무거나 사면 된다. 난 주로 '오엠알프로'라는데서 20매씩 네이버페이로 구매했었다. (광고 아님)
omrpr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49&category=006
(3) 시간
시험 시간은 무조건 실제와 동일하게 진행했고, 입실 시간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늦어도 9시에는 시험 치기 위해 연습하는 장소에 가서 준비하고 앉아 있었다. 이렇게 하는게 실제 시험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덜 긴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실제 시험은 9시 20분 정도부터 아무것도 보면 안되는데 한번은 이거랑 똑같이 하기 위해 진짜 40분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명상만 하다가 10시부터 모의고사 푼 적도 있다. 의외로 이 텅 빈 시간을 처음 만나면 갑자기 엄청 긴장되고 뭘 해야할지 아무런 생각도 안 난다. 명상을 한다든가('오늘 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를 계속 되뇌이기 혹은 아무런 생각을 안하기) 직전에 본 암기노트를 차례대로 복기해본다든가 등등 뭘 할지 정해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처음엔 시계를 안보고 평소에 쓰던 타이머를 맞춰놓고 했다. 그런데 실제 시험에서는 타이머를 허용해주는 감독관도 있고 허용해주지 않는 감독관도 있다. 그래서 애초부터 본인 손목시계로 연습하는게 낫다. 나도 혹시 모르는 상황때문에 걱정하기 싫어서 손목시계로 연습했고 실제 시험에도 똑같이 그걸 차고 갔더니 시간 확인때문에 헤맨 적은 한번도 없다.
(4) 장소
진짜 실전처럼 하려면 실제 집 근처 중, 고등학교에 가서 해야겠지만 허가를 얻기 어려울 것 같아서 처음엔 그나마 비슷한 공공도서관에서 했다. 시험 보기 직전에 코로나가 터져서 마스크랑 손 세정제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은 일단 무료라서 좋다. 책상이나 의자의 불편함, 고요한 분위기 같은 것들이 실전과 유사해서 좋은 것도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도서관이 집에서 좀 멀어서 거기까지 가는게 너무 귀찮고 걸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집 근처 카페나 스터디카페에서 하는 걸로 전략을 바꿨다.
카페는 좋긴 한데, 일단 음료를 사야한다. 그리고 책상이랑 의자가 공부하기에 편해야 하고 문제집을 여러 개 늘어놔야 하기 때문에 자리가 넓어야 한다. 그런데 이 조건이 맞춰져도 소음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게 최대 단점이다. 일례로, 하루는 카페에 모의고사 보러 갔는데 대각선 왼쪽 테이블에서 너무 크게 떠드는 바람에 시험에 집중을 하나도 못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소음 속에서 시험 치는 것도 훈련이야' 이런 생각으로 끝까지 버텼는데 되돌아보니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저렇게 심한 소음은 안 난다. 사실 카페는 음료 먹으면서 떠들라고 있는 공간이라 시험장과 유사한 분위기를 바랐다면 사실 카페는 적합한 곳이 아니다.
이렇게 모의고사 유목민처럼 떠돌다가 결국 정착한 곳은 스터디카페였다. 집 근처에 다행히도 스터디 카페가 무려 6군데나 있어서 비교하고 결정하기 좋았고 또 마침 코로나+방학때문에 고객이 줄어 다들 저렴한 이용료 이벤트를 하고 있던 때였다. 도서관은 집에서 머니까 무조건 점심비가 나갔는데 스터디카페는 집에서 점심을 먹어도 되기 때문에 그 돈이 그 돈이다 하면서 스터디카페에서 모의고사 보는 걸로 정착했다.
도서관, 카페 등 여러 시설도 이용해보고 실제 시험도 쳐보면서 느낀 건데 모의고사 연습할 때 어디 앉느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실제 시험장에서는 의외로 옆에, 대각선에 앉은 사람들 모습이 상당히 거슬린다. 옆 사람이 엄청 빨리 풀면 갑자기 긴장이 되면서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연습할 때도 너무 칸막이로 막혀있는 공간보다는 옆 사람이 적당히 보이는 위치에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모의고사 끝나고 그 날 한 것들
(1) 오답풀이
모의고사 해답에 몰랐거나 새롭게 알게된 것, 헷갈리는 것들만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나중에 기억해야겠다 싶은 중요한 것들은 기본서에 다시 표시했다.
(2) 취약점 체크
각 과목에서 어디를 많이 틀렸는지, 또 풀다보니 내가 이 부분 공부가 좀 덜 됐다든가 하는 것들을 쭉 정리했다. 이걸 하는 이유는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뭘 더 많이 공부해야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계획까지 동시에 세우게 되었는데, 한 1~2주 정도의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처음엔 과목별로 서술형으로 쓰다가 나중에는 키워드별로 간단하게 적었다.
모의고사를 풀면 진짜 시험장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긴장 등이 그대로 느껴져서 힘은 많이 들지만 그만큼 공부에 있어 긴장감을 높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취약점을 보완해서 한달이든 3주든 꾸준히 공부하면 모의고사일지라도 점수가 꾸준히 올라가는 게 보인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의고사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걸 보면서 시험이라는 게 오로지 내 실력만으로는 안되고 운도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겸손한 자세도 얻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여러모로 모의고사는 시험 준비에 있어 필수라고 생각한다. 수험생활 중에도 꼭 다른 수험생들에게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모의고사 관련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이제야 글을 쓴다. 이 글이 시험을 한두달 앞두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수험생이나 공부 긴장감을 잃어서 슬럼프에 빠진 수험생, 그리고 모의고사를 치고 싶은데 방법이 막막한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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