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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좋고 외국어가 좋다. 그래서 불어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운 좋게도 외국 고급 식자재를 수입하는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마케팅은 쥐뿔도 모르지만, 단지 식자재 분야에 (남들보다) 큰 관심이 있다는 장점 하나로 입사하게 되었다.
수입 식품의 60% 이상이 치즈고, 또 이 중 70%이상이 프랑스 치즈이기 때문에 의외로 프랑스는 여전히 내 삶의 일부분이다. 신기하다.
하지만 아직은 이 분야에서 내가 가진 불어 실력은 그닥 큰 메리트가 못된다. 어쩌다 가끔 불어로만 된 제품 설명서를 읽어야 하거나, 불어 제품의 성분이나 제품명을 발음하고 이해하는 데에 쓰일 뿐이다. 프랑스에서 온 서플라이어나 국내에 있는 셰프 혹은 식자재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할 정도의 불어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 그래도 불어를 잘하게 된다면 이 분야에서 언젠가는 매우 독특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은 보인다.
그래서 저번달과 저저번달에는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다 듣고 난 후, 내가 수업을 통해 얻은 것은 '아 난 정말 불어를 못하는군.^^ 세상엔 참으로 불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라는 깨달음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얻게 된 겸손함이다ㅋㅋ... 물론 이런 반강제 겸손함 장착은 최근에도 있었다. 피에르 가니에르로 제품 홍보차 미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셰프랑 지배인이 프랑스인이었다. 같이 동행했던 과장님은 내가 불어를 할 줄 아니까 불어로 얘기하라고 하셨는데 셰프가 하는 말의 절반을 알아듣고 절반을 못 알아들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쿠ㅜㅜㅜ슬프다. 난 재불동포도 아닌데 왜이렇게 빨리 말하냐고.... 난 단지 그냥 몇 년 불어 공부한 학생이라고...ㅜㅜ물론,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딴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더욱 반성하고 공부해야 할 뿐이다.
어쨌든 회사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다루고 있고 프랑스를 항상 내 곁에 가까이 두게 만드니 어쩔 수 없이 불어를 공부하게 만드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어서 나에게는 아직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아직 입사한 지 1년도 안되어서 요즘엔 일하는 방식이나 마인드를 배우고 따라가느라 힘겹다. 또 내가 워낙 멍청하고 빨리 배우지를 못해서 대리님이 요구하시는 것의 핀트를 늘 놓친다. 그래서 자주 혼난다ㅠㅠ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까닭없이 화를 내거나 무작정 혼만 내는 사수가 아니라,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해주고 나아길 혹은 변경시켜야 할 것은 정확하게 짚어주는 사수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이 나더라도 정당한 꾸짖음이라 기분 나쁘지 않다.
아아, 지금은 운이 좋아서 이렇게 원하던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으나 앞으로도 계속 이런 운이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아마, 늘 사실이었듯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테니까 이 회사에서 내가 얼만큼 스스로 깨지고 부딪쳐서 성장하느냐 발전하느냐에 따라 다음 스텝이 결정될 것 같다.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최대한 나라는 돌이 잘 정련되기 위해 최대한 부딪치고 깨지는 것이다. 잘 될 거라고 믿는다. 왜냐고? 내가 그렇게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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