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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무원 일기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발령 문자를 받은 지 3일 후, 첫 출근을 했다. 오후 늦게 국장실에 가서 간단하게 임용장만 받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앞으로 근무하게 될 부서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가 주차된 차를 박았다. 첫 출근부터 사고라니.. 액땜한다 생각했다.
이틀 째는 근무하는 부서로 첫 출근을 했다. 앞으로 근무할 팀과 업무분장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부서 내 근무자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팀장님과 간단한 미팅을 했다. 과거 사기업에서 근무했던 일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 업무 적응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팀장님도 나와 비슷하게 꼼꼼하고 세심하신 성격이라 큰 문제없이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팀장님이 주신 자료만 열심히 읽다가 퇴근했다.
셋째 날은 앞으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보냈다.
넷째 날은.. 출근길에 도착까지 겨우 3분 남겨두고 교통사고가 났다. 처음으로 이런 큰 사고가 나서 너무 멘붕이었다. 상대차는 내가 젊은 여성이고 어버버대서 그런지 100:0 인정하냐고 윽박지르는데 더 멘붕이 왔다. 어찌저찌 보험사 불러서 일단 조사는 마치고 출근했다. 신규 첫 주에 사고나고 30분이나 지각해서 창피했다. 다행히 팀장님이 혼내지는 않으셨고 심지어 나의 병가까지 먼저 내주셨다. 하지만 오늘은 인수인계받는 날이고 전임자도 일정이 있기 때문에 6시 꽉 채워 근무했다. 사고 직후엔 전혀 안 아팠는데 2~3시간 지난 후부터는 등허리 통증이 심하고 가벼운 열감이 있어서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결국 하루 더 병가를 냈다.
다섯째 날은.. 오전에 한의원가서 치료받고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슨 전날 하루종일 등산한 사람처럼 양쪽 다리가 아팠다. 찾아보니, 교통사고가 나면 사실상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되어서 다 아프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런데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보니, 뇌가 한꺼번에 다 인지할 수가 없어서 시차를 두고 이 부위, 저 부위 차례대로 아픈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진짜 우당탕탕 어리바리 신규의 한 주.. 재작년 첫 출근때는 운전도 무섭고, 업무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고 그랬다. 이에 반해, 이번 출근때는 전반적으로 별로 걱정도 안되고 편안했다. 그 때 이후로 나이도 더 먹고, 쉬면서 여러모로 나도 변했기 때문인가 보다. 두 번의 연속된 차 사고로 보험료가 엄청나게 오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리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하지 말라는 운명의 여신의 계시로 생각하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려 한다. 안전하고, 정시성 보장되고 돈도 굳고 차라리 잘되었다 싶다.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나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안위를 가장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열심히 하되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성실히 책임을 지되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르기 전에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한 두해 일하고 끝낼 프리랜서가 아니라 32년 근무할(65년 정년 가정) 직장이니 마라톤처럼 페이스 조절하면서 달렸으면 좋겠다.
잘하고 있어,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