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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고사니즘

20220324

날고싶은오리 2022. 3. 2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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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지역을 옮겼다.
지역은 완전히 낯설지만 낭군님과 늘 함께 했었던 가구들이 곁에 있으니 위로가 된다.

어제는 참으로 어려운 거절을 했다.
너무 어려운 거절이라서 몇 번이고 거절 장면을 시뮬레이션해보기도 하고 해야할 말도 정리했다. 마음이 힘들어서 자존감이나 거절과 관련된 영상도 찾아봤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 막상 수화기에 대고 급하게 쏟아낸 거절의 말들은, 오히려 너무 준비한 탓에 작위적이었으며 변명처럼 변질되었다. 마지막에 상대의 안녕을 빌었어야 하는데 머리가 하얘져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 하지만 나의 진심은 정말 그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것이기에, 비록 나의 모자란 스피치 능력때문에 통화상 잘 전달되지는 못했겠지만 하늘이 그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완벽한 백수 생활 중이다.
뭘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자유가 허락된 굉장히 소중한 시간인데, 역설적으로 굉장히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공부, 운동과 같이 생산적인 것들을 해야할 것 같다가도 상당히 무력한 내 모습을 보면 단순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억지로 무엇인가를 해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생각은 게으른 나를 옹호하기 위한 합리화인지, 정말 나 자신을 위해 내린 따뜻한 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정답이란 거 없는 거 아닌가? 다만, 이 백수의 생활이 내 마음 속 소리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고 나 스스로와 진심으로 교류하기 위해 오늘부터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계속 무엇인가를 해야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하다면 정말 무엇이든 하면 될 것이고, 잘 쉬어서 마음이 편했다면 계속 더욱 잘 쉬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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