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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늘 같은 날, 내 자신이 미워지는 건.

날고싶은오리 2009. 10. 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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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이라는 수업을 듣는다.
오늘의 주제는 미디어법.
어떤 시민단체에서 미디어법 개정 관련 일을 하시는 분께서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다.
한나라당이 '날치기 수법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라는 것을 신문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단순히 그 문장 자체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나에게, 진짜로 '날치기 하는 동영상'은 가히 충격이었다. 회의를 '종료'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의장이 곁에 있던 당원들의 외침에 의해서 '종료'를 '종경'으로 바꾸질 않나, 다시 재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하고는 자리에 없는 당원들을 대신하여 대리투표를 해주질 않나....
YTN에서 국감이나 인사청문회 같은 것 할 때마다 '에이, 재미없다'하고 여러번 채널을 돌렸었는데, 어떻게 보면 재미있었을법도 하다. 하여튼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터무니 없는, 구기득권층의 구질구질한 변명들로 떡칠된 미디어법에 관한 강의를 듣는데 이상하게 흥미로웠다. 여기서 내가 이상하게, 라고 표현한 것은 평소 멍청하고 텅 빈 머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드디어 정치적인 일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쯤이라고 이유를 붙이겠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 심각한 정치 현상이 매일 빚어지고 있는데 나는 정말 무지했구나, 앞으로 정말 관심 가져야지 오늘은 신문도 사서 봐야지, 다짐하는 좋은 계기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를 분노케 한 것은 정체모를 보헤미안스러운 06학번의 발언때문이었다. 강의 초반부터 강의해주신 분께 나름 부족한 부분의 보충을 요구하며 일침을 가했던 그 학우는 강의가 끝나고 여러분, 토론을 해봅시다 질문없나요,하신 그분의 말이 끝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학우들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토론수업이라고 했지만 기본 소양이 없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뭐하는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엿같다 ,대학생 애새끼들이 3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라는 약간은 도를 지나친 발언까지 서슴지 않던. 결론적으로 비판의 화살은 '무지하고 능력없는 학생들'에게는 3개정도, 무능력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주지는 않을 거면서 괜시리 토론같이 날로먹을 강의만을 수십개 개설하는, 400만원을 호가하는 등록금을 '처먹는'대학에게는 10개정도. 여튼 듣다 듣다 저번 시간 학생운동 발제를 맡았던 학우가 나머지 학우들을 대변하여 나름대로 약간의 변명 아닌 변명을 해주었다. 그래서 잇따라 화가나 학우들의 반론.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법했던 상황을 강의해주신분께서 정리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것은 다만 그 학우의 적절치 못한 발언때문은 아니다. 처음엔 예이없는 그 자세에 화가 났지만, 실은 나도 대학생들의 무능력함과 안이함, 무한 이기주의등에 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나에대한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늘 해야지, 읽어야지, 공부해야지 하고는 결국 똑같은 다짐만을 반복하고 있는 나의 모습. 부모님이 400만원을 호가하는 등록금 내주시고 꼬박 꼬박 적당한 용돈도 받는 주제에, 별것도 아닌 일에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창피했다. 그래, 창피했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수 없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니, 연민보다는 분노가 솟구쳤다. 너, 이정도였니. 생각없이 살거면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잖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릴거면 그냥 죽는게 나아. 난 쓸모 없는 애였던가.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수업이 끝나는 그 길로 편의점에 달려가 일단 경향신문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당장 읽을 수는 없었지만 지하철 내내 경향신문 3장인가를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다짐했지. 매일 매일 신문을 읽지 않으면 나는 이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무지한 대학생인가? 말로만 大학생이니 이건 뭐...
이렇게 나에게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주신 보헤미안 06학번께 감사드리면서..
난 진짜루 내일부터 매일 매일 신문 읽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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